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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은 높지만 뷔페는 가고 싶어"… 당뇨 환자 뷔페 이용 가이드
회식, 결혼식, 가족 모임 등 뷔페 식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뇨병 환자나 혈당 관리를 요하는 이들은 식사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먹고 싶은 음식은 많지만, 정제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많은 디저트, 튀김류처럼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는 음식들이 즐비해 섣불리 접시를 채우기는 어렵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뷔페 이용 가이드를 제안하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국내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cdc의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 뷔페 환경에서 어떤 점을 고려하고 주의해야 할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원철 원장(이오의원)과 함께 세심하게 짚어봤다.
혈당 관리 중이라면 뷔페 접시는 이렇게!
당뇨병이나 당뇨 전 단계로 혈당 관리 중인 사람들을 위해 cdc는 뷔페에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담으면 되는지 다음과 같은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1. 접시의 2분의 1은 시금치, 당근, 브로콜리 등 전분(당) 없는 채소로 채운다.
가능하면 생 채소, 찌거나 데친 채소 위주로 드레싱과 양념은 제외하거나 최소화한다. 지방이 많은 육류와 함께 조리했거나 기름이 많이 들어간 채소는 아주 소량만 담는다.
2. 접시의 4분의 1은 곡류 또는 전분이 함유된 채소를 담는다.
현미밥이나 통밀빵, 통곡물빵과 같이 섬유질이 많은 빵이나 밥, 감자를 담아도 되지만 버터와 마가린 같은 양념은 자제한다. 감자샐러드처럼 전분에 마요네즈 등의 진한 소스까지 더해진 메뉴는 제외하거나 극소량만 담는다.
3. 나머지 4분의 1은 껍질 없는 닭고기나 생선, 새우, 지방 없는 소고기를 담는다.
튀김보다는 오븐이나 그릴에서 구워낸 메뉴로 마요네즈나 치즈 같은 소스는 피한다. 프라이드 치킨이나 새우튀김처럼 탄수화물을 더해 튀겨낸 생선이나 고기, 진한 소스가 더해진 육류가 먹고 싶다면 맛만 볼 수 있을 만큼 조금만 담는다.
4. 디저트는 설탕이나 휘핑크림을 얹지 않은 생과일로 담는다.
설탕과 지방이 많은 쿠키나 케이크는 먹지 않는 것이 좋지만 너무 먹고 싶다면 아주 소량만 담는다.
5. 음료는 물,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나 차를 추천한다.
술을 마시는 경우 여자는 한 잔, 남자는 두 잔 이상을 넘기면 안 되고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
동서양 음식 다 갖춘 한국 뷔페에선 탄수화물 섭취 더 주의해야
첫 번째, 뷔페에서는 많이 먹어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과식, 폭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균형 잡힌 메뉴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음식의 총량에도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한국의 뷔페는 양식과 중식, 일식, 한식이 모두 섞여 있는 곳이 많아 미국보다 탄수화물 섭취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의 경우 뷔페에서 다국적 쌀 요리에 서양식 밀 요리, 양념이나 고명 속 보이지 않는 전분과 당분까지 섞어 먹으면서 생각보다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게 된다. 뷔페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조금 과식을 하게 되더라도 웬만하면 밀과 쌀을 섞어서 둘 다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 cdc의 접시 구성 비율을 참고하면서 음식을 담되 한 번에 많은 양을 담지 말고 소량씩 담아오면서 여러 번 이동하는 것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곁들임 음료로서의 술에 대한 견해 차이다. cdc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뷔페에서 술을 마시게 될 경우, 여자 하루 1잔, 남자 하루 2잔 이하로 제한했지만 최원철 원장은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cdc의 음주 기준은 과거 일정 수준의 알코올 섭취가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적정 음주량의 절반 수준이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이 결과가 왜곡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표도 있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도 과거에는 적정량의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바꿔 최근에는 건강을 위한 안전한 알코올 섭취량은 없다고 선언했다. 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알코올에 대해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또한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급증하는 국내 당뇨병 환자, 달라진 가이드라인 챙겨야
최원철 원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당뇨병 발병률에 따라 일반인들도 달라진 건강검진 가이드라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뇨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건강검진 기준 자체를 변경했다. 최 원장은 "과체중,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가족력과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19세 이상부터 당뇨병 선별검사를 받도록 2023년부터 권고안이 바뀌었다"면서 "최근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률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발표이기 때문에 과체중 성인이라면 무조건 당뇨병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당뇨병 예방과 혈당 관리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켜지지 못하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한국인의 약 90%가 15분 이내에 식사를 끝낸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식사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큰 문제"라면서 "빠른 식사 속도는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과체중, 비만, 고콜레스테롤 혈증 발생 비율이 높아져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균형 잡힌 식사라도 빨리 먹는 습관 하나만으로도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도록 기본적인 식사 습관을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