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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도혼자"땀안나"…신경질환의시작일수도[인터뷰]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땀이 거의 나지 않거나 많이 덥지 않은데도 땀이 과하게 날 때, 이를 질환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땀 조절 문제뿐만 아니라 일어날 때 어지럽고, 소화가 잘 안되고, 조금만 서있거나 앉아 있어도 금세 피곤해지는 증상이 잦다면 말초신경이 손상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말초신경병'은 손발이 저리거나 시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단순 피로나 체력, 체질 변화의 문제로 치부되기 쉽지만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점차 심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얇은 신경부터 서서히 손상되기 시작하는 말초신경병이란 무엇인지, 신경과 전문의 배대웅 원장(삶신경과의원)과 함께 원인과 증상, 진단과 치료법까지 상세하게 짚어봤다.
Q. 말초신경병, 용어부터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질환인가요
인간의 신경계는 크게 뇌,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뉘는데, 중추신경계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면, 말초신경은 얼굴, 몸통, 팔, 다리 등 곳곳에 분포해 있습니다. 이처럼 신체 전반에 퍼져 있는 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모든 질환을 통틀어 말초신경병이라고 부릅니다.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폭넓은 지식과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Q.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말초신경은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운동신경이 가장 굵고, 감각신경은 중간, 자율신경은 아주 미세한 신경입니다. 신경병은 대체로 가장 얇은 자율신경부터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주는 신경입니다. 식사를 하면 저절로 소화가 되고, 더울 때 땀이 나고, 뛸 때는 심장이 빨리 뛰다가 쉴 때는 심장이 편안해지죠. 인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러한 모든 과정들이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율신경이 알아서 작동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신경이 손상되면 더울 때 땀이 안 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나기도 하고, 식사 시 소화가 잘 안되거나, 대소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일어날 때 심장이 빨리 뛰지 못해 어지러울 수도 있고, 조금만 서있어도 피로를 느끼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을 신경병으로 인지하지 못해서 다른 여러 진료과를 방문하다가, 감각신경까지 손상되면서 손발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신경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손발이 시리거나 저린 증상으로 오신 분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미 자율신경 증상으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Q.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치료 역시 진단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을 정확히 파악해야 맞춤치료가 가능합니다. 진단 과정은 기본적으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이 가장 중요하며, 신경전도검사, 자율신경검사, 혈액검사 등 전문화된 검사도 시행합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신경과 진료에서는 여전히 병력 청취와 진찰이 검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섬유성 말초신경병처럼 작은 신경만 선택적으로 망가지는 경우, 신경전도검사나 혈액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진찰 소견에서 따뜻한 온도에 대한 감각이나 위치 감각 저하 등 특징적인 변화를 더 민감하게 잡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진찰 소견만으로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말초신경병은 종류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이러한 말초신경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방 역시 진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코올, 당뇨, 항암제 등인데, 각각의 원인에 따라 예방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당뇨성 말초신경병은 당 조절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당뇨를 앓게 되면 5년 이내에 3명 중 1명, 10년 이내에는 2명 중 1명이 말초신경병을 겪게 됩니다. 다만 혈당을 잘 관리하면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알코올성 말초신경병은 당연히 금주가 가장 중요합니다. 술을 끊으면 진행을 멈추지만 술을 마시면 아무리 약을 써도 점점 진행됩니다. 또한, 당뇨성 말초신경병의 아형으로 자율신경병이 동반된 경우에는 매일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고강도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각 질환별로 예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와의 면밀한 상담과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우선돼야 합니다.
Q. 말초신경병의 핵심을 짚어 주신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말초신경병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증상도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에 따라 병의 치료와 예후, 예방법이 모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험 많고 폭넓은 지식을 가진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검사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증상과 병력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진단에 중요한 정보를 짚어내고, 꼼꼼하게 신경학적 진찰을 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됩니다. 환자가 아무리 아파도, 의사가 귀 기울여 듣지 않아 증상을 놓치면 그 병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말초신경병은 신경과 전문의의 세심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 진단과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가벼운 증상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더 심해지기 전에 전문의의 상담을 꼭 받아보실 것을 권장합니다.